[인문사회]여자는 안다, 남자가 뭘 원하는지…‘유혹의 역사’

[인문사회]여자는 안다, 남자가 뭘 원하는지…‘유혹의 역사’
유혹역사/잉겔로레 에버펠트 지음·강희진 옮김/344쪽·1만3800원·미래의창

“만남 초기에 여자들은 순진한 척, 아무것도 모르는 척, 남자가 자기 몸에 관심을 보인다 하더라도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척, 그것이 자신이 의도한 바가 절대 아닌 척한다. 그러나 진실은 그렇지 않다. 여자들은 남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온갖 노력을 총동원한다.”

미리 얘기하자. 이 책은 독일 여성 성의학자이자 문화인류학자가 썼다. 이렇게 밝혀두는 것은, 위 인용문에서 보듯 이 책은 매우 도발적이고 아무리 명망 높은 이라도 저자가 남성이었다면 ‘남성우월주의자’로 낙인찍힐 법한 위험한 발언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저자에 따르면 여성은 세상에서 ‘사냥꾼을 기다리는 유일한 먹잇감’이다. 아담과 이브 이래로 여성은 왜 남성들이 자신을 쳐다보는지, 왜 친절하게 구는지 알고 있다. 배우거나 머리로 아는 게 아니다. ‘날 때부터’ 여성은 알고 있다. 유혹은 본능이다.

이쯤 되면 자주 듣던 반박도 나오리라. 저자가 만난 여대생은 말했다. “난 오로지 나 자신을 위해 화장해요. 누구에게 잘 보이려고 꾸미는 게 아니에요.”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그런데 책은 이런 문구가 덧붙었다. “이 인터뷰는 공공 도서관에서 이뤄졌다. 화장과 의상 때문에 특별히 눈에 띄었기 때문에 다가가서 인터뷰했다.”

하지만 저자가 보기에 이는 당연한 일이다. 남성이 여성을 소유하려는 욕심만큼 여성이 남성을 유혹하는 마음 역시 ‘성공적인 번식’, 즉 종족 보존을 위한 본능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본질적 욕망인 성욕도 마찬가지다. “인간이 쾌락 때문에 성관계를 맺는다는 생각은 거대한 착각이요 순진함의 발로다. 재미가 있어서 섹스를 즐긴다기보다는 섹스가 재미있게 느껴지는 이유가 자연의 ‘조작’ 때문이다.”




모든 걸 관장하는 자연의 힘은 위대하다. 뼈를 깎는 고통도, 살을 찢는 아픔도 아름다워진다면 참아낼 수 있다. 왜? 그래야 유혹하기 좋으니까. 그래야 남성을 자기 맘대로 부릴 수 있으니까. 하지만 남성들, 제발 착각하지 마시길. 그 유혹의 대상이 꼭 당신이라는 건 아니다. 선택은 여성이 하는 거다. 원제는 ‘Blondinen bevorzugt’(2007년). 굳이 번역하자면 ‘금발이 더 편해’쯤 된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by 헤시오드 | 2009/02/21 04:03 | 기억하고 싶은 글들 | 트랙백 | 덧글(0)

[강준만칼럼] 지방은 식민지다

[강준만칼럼] 지방은 식민지다
강준만칼럼
한겨레
»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내년 3월부터 수도권에서 대기업의 공장 신증설 관련 규제가 대폭 완화된다. 수도권과 재계는 환영하지만, 비수도권의 분노는 하늘을 찌른다. 김범일 대구시장은 “이번 조처는 대한민국을 없애고 서울공화국을 만들겠다는 의도”라고 했고, 박성효 대전시장은 “수도민국을 만들겠다는 어이없는 술책”이라고 비난했다.

과연 그런가? 이명박 정권은 ‘서울공화국’이나 ‘수도민국’을 만들려는 건가? 동의하기 어렵다. 대한민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서울공화국’이자 ‘수도민국’이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권을 탄생시킨 주역은 수도권만이 아니다. 지방 유권자들도 대거 가세했다. 이명박 후보의 정책을 모르고 표를 던진 것도 아니다. 서울시장 시절에 잘 드러난 그의 지방에 대한 생각과 비교해 보자면 이번 조처는 대단히 온건한 편이다. 이는 아직도 지방을 더욱 분노하게 만들 만한 정책들이 많이 남아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국 정치엔 영원한 수수께끼가 하나 있다. 그건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의 행태에 관한 것이다.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 자리는 대통령으로 가는 징검다리로 여겨진다. 그렇다면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는 평소 국가 전체를 생각하는 언행을 하는 게 상식이어야 한다. 그러나 그런 상식은 없다. 오히려 정반대다. 지방을 모독하는 언행을 밥 먹듯이 한다. 왜 그럴까? 그렇게 해도 대통령 되는 데에 아무런 장애가 안 되기 때문이다.

얼마 전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온갖 독설을 퍼부으며 수도권 규제 철폐를 요구하고 나섰을 때 어느 지방 언론인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것은 장남에게 모든 것을 바쳐 대학 졸업시키고 잘살게 해줬더니 동생들 것까지 뺏어 가겠다는 심보에 다름 아니다. 이미 장남은 비만으로 헉헉거리고 동생들은 기아에 허덕이는데도 말이다. 지난 대선에서의 선택이 오늘이듯, 수도권 노래만 부르는 김문수·오세훈을 4년 또는 9년 후 다시 선택할 것인가 자문해 봐야 한다. 반드시 그들을 기억해 두자. 여기에는 영남도 충청도 강원도 호남도 따로 없다.”

그러나 기억해도 소용없는 게 한국의 현실이다. 지방 유권자들은 지역주의에 중독돼 있어 김 지사가 대선에 출마해도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 그게 바로 김 지사가 믿는 구석이기도 하다. 지방의 자업자득인 셈이다.

이제 진실을 말할 때가 되었다. ‘서울공화국’이나 ‘수도민국’이라는 말로는 대한민국을 설명하지 못한다. 대한민국은 두 개의 나라다. 지방은 식민지다. 이른바 ‘내부 식민지’다. 내부 식민지의 작동 방식은 제법 복잡하다. 내부 식민지를 영속화시키는 장치가 내장돼 있기 때문에 ‘수도권-지방’이라는 이분법으로는 규명하기 어렵다.

수도권의 빈민층과 지방 토호를 생각해 보라. 이들을 ‘수도권-지방’이라는 이분법으로 이해할 수 있겠는가? 수도권의 빈민층은 지방에서 뿌리뽑힌 채 쫓겨난 사람들이다. 지방에선 먹고살 길이 없어 강제이주를 당했다는 뜻이다. 지방을 살리자는 건 이들을 살리자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데 수도권 규제 철폐론자들은 수도권 빈민층을 수도권 규제 철폐의 전위부대로 이용하는 만행을 저질러 왔으니 이게 될 말인가.

반면 지방 토호는 수도권과 지방에 양다리를 걸친 ‘이중국적자들’이다. 수도권에 집 한두 채 정도는 갖고 있으며 자녀들과 일가친척들이 살고 있기 때문에 언제든 수도권으로 옮겨 갈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도 ‘지방 살리기’를 원하긴 하지만 적극적이진 않다. 달리 말해 ‘수도권-지방’ 문제는 계급 문제라는 뜻이다. ‘지방 살리기’ 운동이 수도권 서민층과 연대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by 헤시오드 | 2009/02/21 02:57 | 기억하고 싶은 글들 | 트랙백 | 덧글(0)

MB시대의 비애, "너 사이코패스지?"

MB시대의 비애, "너 사이코패스지?"
[논단] '가난한 자의 슬픔을 이용해 장사하는' MB정권, 그 말로(末路)
김영국
연쇄살인범과 위대한 선동가(GreatDemagogue)

이런 식으로 해도 되는 게 대통령이라면 나도 한번 해보고 싶다. 능력은 쥐뿔도 안되지만 최소한 이명박 대통령보단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더 솔직히 말하면 국민 뿔나게 하는 일만큼은 덜할 자신 있다.

힘세고 돈 많은 재벌과 부자들에게 퍼주기만 하면 되고, 힘없는 서민에겐 벼룩의 간 빼먹다 반항하면 공권력으로 짓밟으면 되고, 여론 나빠지면 사이코패스 범인 하나 잡아 세상의 관심 따돌리면 되고, 그렇게 생각대로 하면 되는 게 대통령이라면 상근이를 '1박 2일'이 아니라 365일 청와대 집무실에 않혀놔도 이보단 나라가 편할 듯싶다.

얼마 전까지 강호순이 최고의 사이코패스인 줄 알았다. 착각이었다. 강호순을 능가하는 '강호의 고수'가 청와대 안에서 국민 세금으로 서식하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한 청와대 행정관이 '강호순 사건은 용산 참사로 악화된 비판 여론을 잠재울 절호의 기회이니, 강호순 사건을 더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활용하라.'며 경찰에 지침을 준 것이다.

"언론이 경찰의 입만 바라보고 있는 실정이니 계속 기사거리를 제공해 (용산 참사와 관련한) 촛불을 차단하는 데 만전을 기해주기 바란다."는 이 행정관의 절절한 당부에서, 이 정권이 억울한 부녀자들의 생명을 앗아간 연쇄살인범을 얼마나 애틋하게 '정권 보위를 위한, 은혜로운 보물'로 여기고 있었는지 극명하게 드러났다.

'뛰는 강호순과 나는 청와대 행정관'이 환상의 콤비를 이루면서 이명박 정권은 용산 참사로 악화된 비난 여론을 따돌릴 수 있었다. 이러다 조만간 극우보수 네티즌들이 'GreatDemagogue(위대한 선동가)'를 자처하며 <여론조작비서관 이성호님의 인권을 위한 팬카페>를 개설했다는 충격적인(?) 보도를 접하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형님' 행정관과 '대부' 이명박

사실 군포연쇄살인사건이 터질 때부터 그 절묘한 시점과 이상 기류 때문에 눈치 빠른 사람들은 겉으로 표현은 안했지만, 과거 군사정권에서 고비 때마다 곶감 빼먹듯 터트린 '안기부판 간첩 잡았다' 사건을 떠올리며 이 정권의 퀴퀴한 냄새에 찜찜하던 차였다.

방송사와 조중동 등 보수언론이 용산 참사 보도를 구석에 처박고, 경찰이 폭포수처럼 제공하는 강호순의 일거수일투족과 경찰 수사의 무용담으로 방송 화면과 신문 지면을 도배하며 '사이코패스 열풍'에 불을 지필 때 의구심은 커져갔다.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이 야당을 "강호순 같은 사이코패스 정치인들"(1월30일)이라며 '사이코패스 딱지 붙이기'를 시작하면서 심증은 굳어져갔다. 결국 청와대의 강호순을 활용한 용산참사 여론호도 지침 '이메일'이 사실로 확인되면서 '그게 그랬던 거였구나.'로 막을 내리게 생겼다.

철거민의 죽음을 또 다른 부녀자의 죽음으로 덮기 위한 '살인마 띄우기'. 이 천인공노할, '가난한 자의 슬픔을 이용해 장사를 하는' 이명박 청와대가 강호순보다 더 악랄한 사이코패스 집단이 아니라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

안 그래도 이 정권은 용역깡패들과 합작한 용산 철거민 살인 진압 방식, 벼랑으로 내몰린 사회적 약자를 대하는 잔혹한 태도와 모욕 주기, 멀쩡한 베스트셀러에 불온서적 딱지 붙이기, 기획재정부 장관보다 경제 예측을 잘한다는 괘씸죄로 인터넷 논객에 불과한 미네르바 구속, 청와대의 <88만원 세대> 저자 우석훈 박사에 대한 '정부 비판 글 자제' 경고, 이어지는 공안통치 강화에서 이미 사이코패스 기질을 충분히 보여준 바 있다.

그것도 모자라 연쇄살인범 강호순을 이용해 생존권을 외치다 경찰과 용역깡패들의 살인 진압으로 불에 타 죽은 철거민들을 국민들 뇌리 속에 지워버리려 했다니, 강호순은 앞으로 청와대 행정관을 형님으로, 이명박 대통령을 대부로 모셔야 할 판이다.

국민 스포츠 된 'MB 사이코패스 정권'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1월 30일 야당을 사이코패스 집단으로 규정하면서 "무엇이 옳은 것인지 잘 알면서도 자신이 하는 행동과는 너무나 큰 차이를 보여주는 것이 사이코패스다."며 "반의회적이고 반민주주의적 인격장애라고 할 수 있다."고 그 의미를 소상하게 설명해줬다.

아마도 전 의원은 조만간 청와대로부터 구두 경고를 받게 될 지도 모르겠다. 현재 이명박 청와대의 성격을 이토록 정확하고 친절하게 가르쳐줬으니 말이다. 전 의원의 사이코패스 정의대로라면 그 의미에 가장 충실한 실천 집단이 이명박 청와대이기 때문이다.

이제 안심하고 이 정권을 '사이코패스 정권'이라고 불러도 전 의원이 먼저 구속되기 전에는 누구도 명예훼손으로 검찰에 불려갈 일이 없게 됐다. 야당을 사이코패스라고 한 사람은 멀쩡하고 그보다 더한 이명박 정권을 사이코패스라고 한 사람만 잡혀간다면 전 세계의 비웃음을 살 테니 말이다.

아닌 게 아니라 전여옥 의원의 '야당=사이코패스' 발언을 시작으로 이미 수많은 정치인, 지식인, 네티즌 사이에서 '이명박 정권이 하는 일=사이코패스' 딱지 붙이기가 국민 스포츠처럼 돼버렸다. 그럴 만한 이유도 충분하고 공감할 거리도 많아 누구도 이 흥미로운 스트레스 해소 운동을 멈추게 할 수도 없다. 어느덧 사이코패스는 '자기 마음에 안 들거나, 생각이 다른 사람이나 조직'을 비난할 때 쓰는 대한민국 공통어(共通語)가 돼가고 있다.

강호순과 사이코패스 열풍으로 재미 좀 보려다 부메랑이 되어 '미친 정권에서 사이코패스 정권으로' 급추락을 자초한 이 정권이 그래서 딱할 따름이다.

MB 정권의 썰렁 개그와 저질 철학

사실 청와대의 용산참사 여론호도 지침으로 이 정권은 그런 비난을 받는다 해도 감히 명예훼손을 입밖에 꺼낼 수조차 없는 파렴치한 일을 저질렀다. 강호순은 그나마 자신의 죄가 밝혀지자 깨끗하게 인정하면서 죄값을 치르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 정권은 '3초'만 확인하면 알 수 있는 일을 '3일 동안' 거짓말과 변명, 말바꾸기로 일관하다 덜미를 잡히고 말았다. 김유정 민주당 의원과 오마이뉴스가 청와대의 홍보 지침 이메일 '전문' 등 움직일 수 없는 증거를 들이대자 뒤늦게 사실을 시인한 것이다.

그러더니 이번엔 청와대 행정관 개인의 부적절한 돌출행동이었다며 구두 경고로 사태를 무마하려 했다. 그들의 염원과 달리 이메일이 김석기 전 경찰청장 내정자 인사청문회 준비팀에도 전달됐다는 등 정권 차원의 여론조작이라는 정황 증거들이 속속 드러나자, 안되겠다 싶었던지 도마뱀 꼬리 자르듯 이 행정관을 사퇴시켰다. 그러면서도 청와대는 여전히 정권 차원이 아닌 '개인적인 아이디어 교환'이었다고 항변하고 있다. 황당한 것은 서로 '일면식도 없는' 청와대 행정관과 경찰청 홍보담당관이 정권의 안위와 직결된 '엄청난 내용'을 윗선에 보고도 없이 둘만 '사적 메일'로 주고받았다는 해명이다.

거짓말과 변명도 좀 그럴듯하게 해야지 유치원생이 들어도 웃지 않을 '썰렁 개그'를 하루가 멀다 하고 읊어대니 2MB 정권 소리 듣는 것 아닌가. 그럼에도 이 정권은 듣는 사람의 괴로움 따위는 '아웃 오브 안중'이다. 아직도 청와대 이메일과 관련한 거짓말 행진을 계속하고 있고, 그게 안 먹히자 이젠 '뭉개기 개그'로 돌입했다.

조중동, 청와대 여론조작 지침 사건이 '부고 기사'인가

청와대의 여론호도 지침 사건이 얼마나 기가 막히고 어이없었으면, 그 말 많던 청와대 대변인과 여당 인사들이 마치 약속이나 한 듯 갑자기 입을 닫고, 강호순 사건으로 도배를 하던 조중동은 이 엄청난 소스에도 비중 있는 보도는커녕 숨은그림 찾듯 뒤지지 않으면 그런 사실이 있는지조차 모를 구석에다 무슨 고위공직자 '부고 기사' 내보내듯 한다. 이들의 일사불란한 '무시 모드'를 보면, 이번엔 '건드릴수록 정권에 치명타니, 철저하게 뭉개라.'는 새 이메일 지침이라도 내려간 모양이다.

무슨 일만 터지만 '닥치고 발뺌'부터 하다 들통나면 말바꾸기와 꼬리 자르기를 밥먹듯 하다 보니 이제는 강 씨처럼 아무런 죄의식도 느끼지 않는 모양이다. 그래서 이 정권의 진짜 문제는 누가 어떤 책임을 지느냐보다 국정 운영에 대한 '저질 철학'에 있다.

이런 상황이니 '용산 참사는 철거민들의 자폭이고, 경찰은 아무 책임이 없다.'는 검찰 수사 결과를 국민들이 곧이곧대로 믿을 리 없다. 군사정권에서나 볼 수 있는, 이 참혹한 진압 작전에 대해 정부 측 누구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건 '오만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오죽하면 "강호순도 무혐의 처리하자."는 비아냥이 나오겠는가. 국민 62%가 검찰 수사 결과를 불신(2.12일자 리얼미터 조사)하는 건 너무도 당연한 것이었다.

명박산성, 지하벙커, 다음은 청와대 옥상?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로 나라가 어디로 굴러갈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서, 할 줄 아는 거라곤 각종 규제를 해체해 재벌대기업과 부자들의 돈벌이 수단 늘려주기, 방만한 경영으로 금융·경제위기의 주범인 건설사와 금융기관에 무차별적 국민 혈세 퍼주기밖에 모르는 이 정권이 그들에게 켜켜이 쌓여가는 '서민대중의 원성'을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잠재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하던 대통령이 명박산성을 쌓아 귀를 막더니 이제는 지하벙커로 들어가 서민과 야당을 상대로 워게임(war game)을 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 잘못되면 청와대 옥상에서 헬기 타고 어디론가 날아가 버릴까 걱정이다.

솔직히 이 정권은 지금 자기 발로 걸어가는 게 아니라, MB보다 한심한 야당의 무능과 무기력 위에 얹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그래서 기성 정치권에서 감당하지 못할 민중의 분노가 언제 거리로 쏟아져 나올 지 모르는 폭풍전야의 연속이다.

이미 똑같은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 등 선진 국가에선 폭풍우가 몰아치고 있다. 그리스는 이미 민중 봉기에 가까운 폭동이 전국을 휩쓸었다. 글로벌 금융·경제위기로 교육 환경과 일자리 사정이 더욱 열악해지자 마침내 폭발하고 만 것이다. "당신의 재산을 약탈한 은행을 불태우라."는 구호까지 대중들의 마음을 뒤흔들고 있다. 시위는 그리스에서 그치지 않고 유럽 전역으로 확산돼 동조 시위와 정부의 친기업 정책에 반발하는 노동자들의 파업 사태를 불러왔다.

이탈리아의 학생과 교사, 학부모들은 정부의 신자유주의 교육 정책에 반대하며 거리로 쏟아져 나와 도심이 마비되기도 했다. 프랑스에선 '자본주의 폐기', '자본가의 위기 책임을 서민에게 전가하지 말라.'고 주장하는 34살의 현직 우편배달부이자 신세대 극좌파 사회주의자인 '올리비에 브장스노'가 18%의 국민 지지율로 집권여당 후보를 위협하며 야당의 가장 강력한 차기 대선주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가 주도한 반(反)자본주의신당(NPA) 창당대회는 밀려드는 인파와 취재기자들로 몸살을 앓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이웃나라 일본조차 조만간 정권이 날아갈 판국이다.

비록 우리가 그들과 정치 환경이 다르다곤 하지만, 경제 지표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사상 최저'를 갱신하며 추락하고, 세계에서 가장 추악한 모습으로 자본주의 시스템의 모순을 드러내고 있는 한국 사회가 언제까지 이대로 조용할 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오죽하면 정정길 대통령 비서실장까지 "경제위기로 대졸 실업자와 중소기업들이 '체제 위협 세력'이 될 수 있다."고 했겠는가.

그래서 이 정권의 위기감, 불안, 초조를 이해 못 할 바도 아니다. 그렇다고 하루가 다르게 상상을 초월하고 뻔뻔하기 그지없는 사이코패스 정권으로 변모해가는 것은 차마 눈 뜨고 봐주기 힘들다. 제발 이성을 되찾고 서민대중의 고통과 목소리에 눈과 귀를 열기 바란다.

'졸지에 사이코패스'가 된 사람들

이 정권과 조중동이 정권 보위를 위해 열심히 부채질한 '사이코패스 열풍' 때문에 앞으로 한국 사람은 '너 사이코패스지?' 소리 한번 안 듣고 살기 어렵게 됐다.

세입자 철거민들을 수억 원의 투기 소득을 방해하는 눈엣가시처럼 여기다 그들의 죽음마저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용산 재개발 지역의 집주인들, 힘없는 철거민을 겁주고 폭행하는 걸로 먹고사는 용역깡패와 그들과 손잡고 물대포를 쏴댄 경찰, 뉴타운 공약에 푹 빠져 표 던져놓고 집값 폭락하자 정치인 싸잡아 욕하면서 변함없이 '뉴타운당' 지지하는 사람들. 이 사람들이 사이코패스가 아닐 리 없다.

자기 집값만 오르면 장땡이라는 생각들 때문에 전국의 집값을 폭등시켜 자녀과 후손들에게 '15년 동안 월급 한푼 안 쓰고 모아도 집 장만하기 힘든 사회'를 물려주는 우리가 후대에 '사이코패스 선조' 소리 안 듣고 배겨낼 도리가 없다. 교육정책 욕하면서 '내 자식만은 명문대 가야 한다.'고 원정 출산과 국제중에 미쳐 날뛰며 '교육 노예'로 살아가는 학부모들이 정상으로 보일 리 만무하다.

이윤만이 목적인 기업과 정부는 우리 삶의 모든 부분을 따로 떼어내 상품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독버섯처럼 우후죽순 생겨난 게 바로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몰고 온 파생금융상품들이다. 그뿐인가. 약육강식 시장 만능의 신자유주의는 무한 경쟁을 통해 살아남는 1%에게 부를 몰아주고 나머지 99%는 떨어지는 부스러기나 받아먹고 사는 사회가 '기업하기 좋은 나라'이고 선진 일류국가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강변해 왔다. 이것이 바로 이명박 정권의 정체성이기도 하다.

이런 오만들은 정신병일 뿐이다. 어떤 살인자보다 더 파괴적이고, 집단적이며, 계획적이다. 그래서 제2, 제3의 금융·경제위기는 주기적으로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걸 모르는 이는 이제 없다.

중요한 건 이런 식으로 남 얘기하듯 사이코패스 운운하는 순간 필자 또한 사이코패스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는 사실이다. 나만 아닌 사이코패스 세상은 존재하지도 않는다.

대한민국은 지금 미치지 않고 살아기기 힘들다. 그래서 지금 우리 사회는 '이대로 계속 가도 좋은가', '어떻게 하면 서민대중의 동의를 받아가며 지혜롭게 사회를 변혁시키고 이 위기를 극복할 것인가'를 치열하게 논쟁해도 모자랄 판이다. 국민 모두가 사이코패스가 되는 그날까지 이대로 내달릴 순 없지 않은가. / 편집위원

* 글쓴이는 '참여민주주의와 생활정치연대' 회원입니다.

<대자보> 편집위원. 항상 이 나라 개혁과 진보적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쪽에 서 있고자 하는 평범한 생활인입니다.

by 헤시오드 | 2009/02/19 06:36 | 기억하고 싶은 글들 | 트랙백 | 덧글(0)

위대한 마키아벨리스트- 정조

[조선시론] 한국의 가장 위대한 마키아벨리스트
▲ 윤평중 한신대 교수·사회철학
정조의 비밀서신이 화제다. 정적(政敵)인 심환지에게 보낸 299통의 편지가 발견된 것이다. 권모술수와 격정에 가득 찬 내용 때문에 실망하는 사람도 있다. 조선 중기 르네상스를 이끈 개혁군주에 걸맞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사(正史)를 통해 드러나는 당대 상황과 정조의 성품에 밝은 전문가들의 반응은 차분하다.

호학(好學) 군주인 정조가 백성의 스승을 자처했지만 무엇보다 그는 현실정치가였다. 할아버지 손에 비명횡사한 아버지의 운명과 반대파의 끊임없는 음해를 무릅쓰고 왕이 된 정조가 '이슬만 먹고 사는' 군주일 순 없다. 마키아벨리스트가 아니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권력을 얻고, 또 유지하고 싶다면 냉철해야 한다는 게 마키아벨리의 교훈일 텐데, 정조는 그 모범을 보여준다. 아버지 사도세자의 죽음에 개입한 포도대장 구선복을 내심 증오하면서도 권력 일선에 놓아둘 뿐 아니라 공개 칭찬까지 하는 것이다. 정조가 구선복을 처형한 것은 자신의 권력 기반을 굳힌 즉위 10년 후였다. 정조가 총애한 정약용조차, 칼을 내던지는 정조한테 '협박당한' 경험을 《여유당전서》에 남기고 있다. 정치의 복합성을 감안하면, 정조의 마키아벨리스트적 얼굴은 자연스럽기까지 하다.

흔히 '악의 교사'라 불리는 마키아벨리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군주는 사자처럼 잔혹하고 여우처럼 간교해야 하며, 약속을 지키는 것이 군주에게 불리할 때 약속을 지킬 필요가 없고, 선한 성품을 실제 갖출 필요는 없지만 갖춘 것처럼 보여야 하며, 때로 부도덕하게 행동할 태세가 되어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패도(覇道)정치와 마키아벨리즘이 동일시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러나 마키아벨리 자신은 결코 그런 의미의 마키아벨리스트가 아니었다. 자신의 정치적 재기를 위해 《군주론》을 썼지만, 위기에 빠진 이탈리아를 구하는 게 그의 궁극목표였기 때문이다. 피렌체 공화국 핵심관료였던 경험을 살려, 용병전쟁을 거듭하던 도시국가체제를 넘어 나라 전체가 살 길을 모색한 것이다. 역사의 주도권이 도시국가에서 중앙집권적 대국으로 넘어가는 흐름을 간파한 당대 최고의 전략가였던 것이다. 마키아벨리는 군주정을 옹호한 게 아니다. '공화국의 안전과 자유'를 지킬 수 있는 유능한 정치리더십을 지지했을 뿐이다.

마키아벨리와, 동양적 패도정치의 원형을 제공한 한비자는 여기서 결정적으로 갈라진다. 혼란에 빠진 춘추전국시대를 넘어 천하를 통일한 진시황의 부국강병책은 거의 한비자로부터 나왔다. 한비자의 법가사상은 엄격한 형벌과 규칙을 강조하는 법(法), 군주의 권모술수를 의미하는 술(術), 뜻을 펼칠 수 있는 세력인 세(勢)로 구성된다. 문제는 그렇게 성취된 안정이 봉건군주 1인만을 위한 가혹한 전제(專制)를 낳는다는 것이다. 2대를 못 넘긴 진나라의 멸망이 그 결과다.

정조의 어찰은 그가 법(法)과 술(術)의 달인이며 세력균형의 대가임을 입증한다. 당쟁을 제어하고 수원 화성을 쌓으며 친위군을 육성하고 국방을 튼튼히 했지만 정조는 진시황과 달랐다. 지역차별 혁파와 민생개혁에 앞장섰던 것이다. 정조는 비록 공화국의 이념을 알지는 못했지만, '나라의 안전과 자유'를 위해 최선을 다한 지도자였다. '백성을 걱정하며 밤새 잠 못 이루는' 위대한 마키아벨리스트였던 것이다.

박정희는 한국현대사 최대의 마키아벨리스트다. 현대사는 박정희와 김일성·김정일 부자(父子)라는 희대의 마키아벨리스트들이 벌인 건곤일척의 싸움인 것이다. 핵게임은 김정일이 벌이는 최후의 술(術)이며, 그 승패는 아직 나지 않았다. 마키아벨리에 의하면, "무기를 든 예언자는 모두 성공한 반면, 말뿐인 예언자는 실패했다." 여기서 예언자는 정치지도자를 지칭하며, 무기는 법·술·세를 뜻한다. 그러나 정치인의 가장 중요한 무기는 국민의 마음을 얻어 나라를 지키는 데 있다. 마키아벨리는 결코 지나가버린 추억 속의 인물이 아닌 것이다.
입력 : 2009.02.16 21:58 / 수정 : 2009.02.16 23:19

by 헤시오드 | 2009/02/19 06:36 | 기억하고 싶은 글들 | 트랙백 | 덧글(0)

루저 문화

[중앙 시평] 루저 문화와 청년실업 [중앙일보]

얼마 전 한 주간지 기자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루저(loser) 문화’를 어떻게 볼 수 있냐는 것이었다. 루저 문화란 말 그대로 패자(敗者)들의 문화다. 세계화 시대에 승자(勝者)들의 문화가 이른바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 문화라면, 세계화에 따른 사회 양극화가 만들어 내는 주변인 문화가 다름 아닌 루저 문화다.

루저 문화는 ‘88만원 세대’ 또는 ‘트라우마 세대’의 정서를 대변한다. 자신에게 놓인 현실을 비판하고 풍자하며, 사회적 약자들의 삶에 애정 어린 시선을 보낸다.

구체적으로 루저 문화는 인디밴드의 대중가요, 그래피티 예술(graffiti art·길거리 미술), 그리고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같은 소설 또는 『골방환상곡』 같은 만화 등 다양한 장르로 나타나고 있다.

사회학적으로 루저 문화는 세계화의 물결에 올라타려는 ‘박진영식 문화’도 아니고 기성 권위에 도전하려는 ‘신해철식 문화’도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싸구려 커피를 마시고” “눅눅한 비닐 장판에 발바닥이 쩍 달라붙었다 떨어지는” 비애와 체념, 그리고 유머가 공존하는 ‘장기하식 문화’에 가깝다. 사회학자 울리히 벡이 말한 바 있는 기존의 ‘보수 대 진보’를 넘어선 세계화 시대 ‘승자 대 패자’의 새로운 사회구도에서 루저 문화는 후자 그룹의 내면 풍경을 드러낸다.

나는 ‘루저’라는 말에 담긴 부정적이고 안쓰러운 의미를 고려해 세계화 시대의 ‘비주류 문화’ 또는 ‘저항 문화’라고 부르는 게 나을 거라고 그 기자에게 말했다. 비주류 문화는 기성 문화가 갖는 엘리트주의와 엄숙주의에 도전함으로써 그 사회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공존할 수 있게 하는 긍정적 역할을 담당한다. 1960년대 서구사회의 반(反)문화, 90년대 우리 사회의 신세대 문화가 그러했다.

정치사회학 전공자가 요즘 같은 정국에 뜬금없이 문화 얘기를 하는 게 한가롭게 보일지 모르겠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루저 문화의 정치경제학, 다름 아닌 청년실업에 관한 것이다.

이제 졸업을 하는데도 갈 곳 몰라 하는 학생들을 보면 선생으로서 안쓰러움을 넘어선 자괴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며칠 전 발표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 청년층(15~29세)의 실업률은 8.2%로 전년도 대비 1.1% 상승했다. 20대의 고용률 감소폭은 -2.5%를 기록해 전 연령층에서 가장 높았다.

청년실업의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분석이 제시됐다. 세계화의 충격 및 정보사회의 진전에 따른 ‘고용 없는 성장’ 같은 세계사적 조건에서 과잉 고학력화와 구인·구직자 간의 서로 다른 눈높이 등에 따른 인력 수급의 불일치로서의 ‘잡 미스매치’와 같은 우리 사회의 특수한 조건 등에 이르기까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결합돼 있다.

문제는 대안이다. 그동안 정부는 청년실업을 해결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여 왔다. 노무현 정부의 예스(YES: Youth Employment Service) 프로그램이나 이명박 정부의 행정인턴제는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이런 프로그램들의 효과는 신통치 않아 보인다. 생각한 만큼 괜찮은 일자리를 늘리기 어려울 뿐 아니라 임시직 고용으로는 젊은 세대들이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해법은 두 가지다. 첫째, 더욱 체계적이고 지속 가능한 청년실업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어 청년실업자들의 추가 고용을 의무화한 벨기에의 ‘로제타 플랜’ 같은 프로그램의 도입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이를 수용한 기업엔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둘째, 청년실업 해소를 위한 사회적 대화를 시급히 모색해야 한다. 경제성장에 따른 자연스러운 고용 창출이 어려운 시대인 만큼 정부·정당·기업·대학·시민단체 등 주요 사회조직들은 일자리 만들기를 위한 역사적 대타협을 추진해야 한다.

“스포츠신문 같은 나의 노래, 마을버스처럼 달려라, 스끼다시 내 인생”이라고 달빛요정 역전만루홈런은 노래한다. 교문을 나서는 게 두려운 졸업생들에게 비록 나의 말이 공허하겠지만 그래도 미래의 희망을 저버려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해 주고 싶다.

너희들은 달빛요정과 같은 미래를 꿈꿀 권리가 있다. 긴 인생에서 9회 말 역전 만루홈런의 희망을 품을 자격을 갖고 있다. 나를 포함한 기성 세대는 일대 각성과 대안 모색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사회학

by 헤시오드 | 2009/02/19 06:27 | 기억하고 싶은 글들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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